업계 "세종시 설계비의 3분의 1" LH "국내사업 기준으로 비교는 곤란"
우리나라 정부가 스마트시티 수출 1호 프로젝트로 선정해 중점 추진 중인 쿠웨이트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 신도시 사업이 처음부터 용역비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설계·엔지니이어링 업체들은 용역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어 입찰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18일 설계·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LH가 제시한 압둘라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MP)과 설계 작업 비용 310억여 원(부가가치세 제외)은 사업 규모와 컨소시엄 구성 형태, 기술·설계 요구 수준 등을 감안할 때 다소 낮게 책정됐다.
지난 16일 열린 사업제안서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설계업체 관계자는 "쿠웨이트 정부와 LH는 분당의 3배로 세종시에 조금 못 미치는 대규모 신도시를 스마트시티로 만들기 위한 타당성조사(F/S)와 마스터플랜 작성, 새로운 유형의 주택 3000가구에 대한 기본설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정도 수준의 사업이라면 용역비 규모는 적어도 500억원은 나와야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세종시도 초기 마스터플랜과 설계 작업에 1000억원이 들어갔다"며 "스마트시티 설계와 현장 조사, 현지 업체 컨소시엄 구성 등 여건을 감안하면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스마트시티 수출 1호 사업인 만큼 2~3개 컨소시엄 간 경쟁이 가열되면 실제 용역비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
국제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지금 용역비로는 적자 가능성도 있지만 스마트시티 수출 1호 사업이라는 상징성이 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경쟁이 가열되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업체의 용역비는 입찰가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LH 입장은 단호하다. 용역비 3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것. 선병수 LH 해외사업처장은 16일 설명회에서 참석업체 관계자들에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발주한 설계금액 내에서 과업 내용을 잘 분석해 사업을 제안해 달라"고 말했다.
선 처장은 매일경제와 전화 통화하면서도 "쿠웨이트는 지형도 단순하고 인허가 리스크도 국내보다 훨씬 낮다"며 "컨설턴트(용역업체)들 주장처럼 국내 사업을 기준으로 해 용역비가 싸다, 비싸다고 논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쿠웨이트 정부와 LH는 이집트의 한 엔지니어링 업체가 300억원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용역을 수행하기로 했던 기존 계약도 반박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사전 조사 때 입찰가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 업체도 있었다"며 저가 입찰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 건설 엔지니어링사 임원은 "이번 입찰 과업 내용은 쿠웨이트 정부가 이집트 업체에 요구했던 설계 수준보다 훨씬 높다"며 "저가 수주 시 설계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 매일경제 문지웅기자 발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