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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30 11:01
불붙은 이란 시장…대림산업도 2조3000억 수주
 글쓴이 : PANASCO
조회 : 1,483  

‘이란 효과’가 불황에 시달려온 한국의 건설·조선·중공업계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대림산업이 29일 이란에서 2조원대의 수주 소식을 알려온 데 이어,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도 이란 내 조선소 개발사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일에는 현대중공업이 이란 국영 해운사 이리슬(IRISL)로부터 7억 달러 상당의 선박 10척을 수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대림산업은 이날 이란 이스파한 오일 정유회사(EORC)가 발주한 2조3036억원 규모의 정유공장 개선 공사를 단독 수주했다고 밝혔다. 한국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공사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00여㎞ 떨어진 곳에 있는 이스파한 지역에서 가동 중인 정유공장에 추가 설비를 지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대림산업은 공사의 설계에서부터 기자재 구매, 시공·금융조달 등 전 과정을 맡게 된다. 본계약은 내년 1월 중 체결할 예정이며, 공사 기간은 착공 후 48개월이다.

  대림이 2조원대 규모의 공사를 단독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대림은 한국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란에서 해외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1975년 5월 이란 이스파한의 군용시설 토목공사를 시작으로, 지난 40여 년간 26건, 총 45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맡았다.

  대림산업의 배선용 상무는“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물론 서방의 경제제재 기간 동안에도 철수하지 않고 남은 유일한 건설사가 대림”이라며 “이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란의 국영기업, 민간 사업주 및 현지업체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날 이란개발혁신기구(IDRO)와 조선소 개발사업에 대해 상호 협력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IDRO는 이란의 산업광물통상부 산하 기관으로, 이란의 국가 핵심산업인 자동차·조선 등을 주관한다. 이번 합의서에 따르면 양측은 현지 조선소 개발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사항에 대해 협력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란 정부는 계획 중인 현지 조선소 건설에 대우조선의 기술전수와 조선소 운영노하우, 기자재 조달 등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란의 조선해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런 낭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림산업만 해도 이스파한 정유회사 외에도 박티아리 수력발전소 건설사업, 이스파한-아와즈 철도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잔잔과 네이자르 지역의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을 준비하고 있으며, 포스코건설과 두산중공업도 각각 일관 제출소와 발전소·담수 플랜트 건설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

  이란은 올 1월 경제제재 해제 이후 전 세계 기업이 주목하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에서 각각 세계 2위와 4위에 이르는 천연자원 부국이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7개 국가의 가운데 있는 지정학적 위치도 수출전진기지로서 유리한 점이다. 때마침 국제유가마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이란으로서는 국가재건을 위해 ‘오일머니’를 본격적으로 풀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지난 30여 년간 시간이 멈춘 국가였다.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이후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면서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가 급속이 나빠졌다. 2000년에는 미국 부시 정부가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고, 2007년에는 금융제재조치까지 내렸다. 오바마 정부도 2011년 이란중앙은행에 대해 제재조치를 시작했고, 2012년에는 이란석유공사(NIOC)와 거래도 막았다. 이 때문에 도로와 항만 등 기본 인프라가 낡고 부족할 뿐 아니라, 석유부국임에도 불구하고 정유시설이 부족해 위발유 등 석유제품을 수입해왔을 정도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김승욱 테헤란 무역관장은 “이란은 71년 우리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은 이후 각자의 수도에 상대방 수도의 이름을 딴 거리를 만들 정도로 한국과 관계가 좋았다”며 “제재 해제 이후 인프라 구축과 정유·조선산업 등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수요가 많아 신 중동특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최준호 기자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