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첫 해외인력공급 나선 文俸洙 파나스코 대표“해외 노동력도 체계화,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해야”
글 : 白承俱 月刊朝鮮 기자
“올해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거둔 수주액은 대략 700억 달러입니다. 1000억 달러 시대가 눈앞에 왔어요. 그런데 해외 건설현장에 가면 90% 이상이 동남아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5%도 안돼요. 말도 안 통하고 기술도 없는 외국인을 쓰려다 보니 별 일이 다 생겨요.”
2000년부터 인력(人力)송출업을 해 온 문봉수(文俸洙·57) 파나스코 대표는 “좋은 해외인력을 체계적으로 선발·관리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해외 건설현장을 다녀온 기자는 문 대표의 말에 수긍이 갔다.
“외국인 근로자는 공사가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그것으로 끝이죠. 새로운 공사가 있으면 사람을 다시 뽑아요. 비(非)효율적이죠. 국내 최고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은 해외인력 관리부서를 따로 뒀지만 그 외 다른 회사는 없어요. 중소 건설업체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해외 공사현장에 투입된 외국인 근로자 5만여 명
문 대표는 “국내 건설업체 대부분이 해외 노동력을 체계적으로 선발·관리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대기업이든 중소 협력업체든 동남아 현지에 있는 에이전트를 통해 사람을 채용해요. 이렇다 보니 기술이나 경험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기보다 현지 에이전트가 공급하는 대로 뽑아요.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들이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어요. 미얀마 산골에서 농사짓던 사람을 중동의 사막 한가운데 데리고 가서 배관용접을 시키는 셈이죠.
에이전트는 건설업체에 사람을 공급하면 그만입니다. 그 후로는 건설업체가 할 일이죠. 업체 입장에서는 시간과 돈이 들어갑니다. 현장에 투입하기 전 교육을 시켜야 하고 관리감독을 위한 노무담당자도 별도로 둬야 해요. 언어 소통이 제대로 안되니까 산업재해도 발생할 수 있죠.”
최근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공사현장에 5만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이 현대건설의 공사현장에 근무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원청사(原請社·공사를 주는 업체)에 직접 공급되기도 하지만, 협력업체(下請社)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원청사에 있다. 원청사가 관리책임을 지는 조건으로 몇천 명 단위의 그룹비자(블록비자쿼터)를 신청하기 때문이다.
문봉수 대표는 “국내 건설업체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인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했다.
문봉수 대표는 해외인력 관리 전문가다. 그는 2003년부터 동남아 인력을 산업연수생 형식으로 국내 중소기업에 공급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해외 건설현장에 직접 공급하기 시작했다.
“동남아 인력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나 해외 공사현장에 보내는 것이나 하는 일은 같아요. 오히려 해외 현장에 보내는 것이 사업적으로 더 승산이 있다고 봤죠. 국내에 들어오는 산업연수생은 노동력의 질이나 관리 차원에서 어느 정도 체계화돼 있어요. 하지만 해외 공사현장은 사정이 다르죠. 이를 사업화한 겁니다.”
문 대표가 운영하는 ‘파나스코’는 2003년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연수생 도입 및 관리 전문업체로 지정됐다. 이 회사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인력은 지금까지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네팔 근로자 1000여 명이 카타르 현지 한국 건설업체에 공급됐다.
문 대표는 2004년 파나스코 태국법인을 시작으로, 네팔·미얀마·방글라데시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태국·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에는 협력사를 두고 있다. 그는 “현지 자회사와 협력사는 대부분 10년 이상의 인력공급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네팔에서는 행정부 산하 노동청이 직접 인력을 공급해 준다”고 했다.
“인력이동 사업은 블루오션”
속초-훈춘 직항로를 개설한 주인공으로 한때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던 문봉수 대표는 인력공급 사업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자본의 이동은 보편화됐죠. 노동력의 이동은 장애가 많지요. 하지만 세계 인력시장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곳에 노동력을 적기에 공급하는 인력이동 사업은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겁니다.”
문 대표는 국내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해외인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건설업체가 인력을 직접 뽑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러나 에이전트를 통해 뽑더라도 잘 뽑아야 해요. 저는 10년 가까이 동남아 인력을 공급해 오면서 나름대로 체계화·데이터베이스화(化)해 왔어요. 개별 인력에 대해 1년 미만, 2~5년, 5년 이상, 10년 이상 등으로 분류해 놓았고,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파나스코의 외국인 근로자 채용과정은 대강 이렇다.
먼저 해당 건설업체로부터 필요한 인력을 요청받으면, 데이터베이스화된 자료와 별도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이력서를 검토한 후 2배수를 선정한다. 해당 업체와 협의해 1.5배수를 뽑은 후 개별면접 과정을 거쳐 예정인원을 선발한다.
파나스코는 선발된 인원을 대상으로 3일간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근로자의 권리와 의무, 한국어·영어 기본교육, 건설현장 용어, 한국기업의 이해 등이다. 한국문화와 한국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아울러 현장적응 교육도 실시한다. 특히 공사현장이 중동 지역인 경우 이슬람권 문화에 대한 이해도 가르친다.
문봉수 대표의 말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개발도상국 지원사업으로 현지에서 기능인력 양성사업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양성된 인력을 해외 공사현장에 투입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교육 자체가 부실하고 교육을 받는 인원도 적어요. 기왕에 세금으로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국내 기업에도 도움이 되어야죠. 대한건설협회나 해외건설협회의 교수인력을 지원사업에 파견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해요.”
문 대표는 “해외인력 관리는 저가(低價)로 해외 건설시장에 파고드는 중국 건설업체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길 내고 다리 놓는 공사는 이미 중국업체가 장악했어요. 입찰할 때 공사비를 초저가로 써 내기 때문이죠. 국내 대기업 건설사는 이 같은 단순 토목공사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죠. 이 시장을 우리 중소 건설업체가 뚫어야 해요. 해외인력 공급업체를 통해 싼 노동력을 제대로 공급받으면 가능해요.”
UAE 原電 공사에 근로자 1만~2만명 필요
현재 해외 인력시장에서 가장 싼 노동력은 네팔·방글라데시·미얀마 근로자들이다. 인력시장에 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같은 동남아 근로자라도 필리핀과 베트남, 태국 근로자에 비해 20~40% 저렴하다고 한다. 네팔·방글라데시·미얀마인(人)은 해외 인력시장에서 핵심 노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월급은 경력과 업종에 따라 다르다. 십장(Foreman)의 경우 필리핀과 베트남 사람이 600~1000달러로 가장 높고, 네팔·방글라데시 근로자는 500달러 수준이다. 단순 노무자도 필리핀·베트남 사람이 250~300달러로 가장 높고, 네팔·방글라데시 사람은 160달러 수준으로 낮다. 태국·중국인은 중간 수준이다.
문봉수 대표는 “파나스코를 통해 송출된 인력은 현장에 투입된 후에도 별도 관리를 한다”고 했다.
“1000명 이상 대규모로 인력을 공급할 경우 파나스코 직원을 공사현장에 직접 파견할 예정입니다. 원청사를 대신해 노무관리를 하는 거죠. 하청업체에 100~200명 규모로 공급하는 것보다 원청사에 직접 공급하는 것이 공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문 대표는 올해 8월 UAE 아부다비에 중동지사(支社)를 열었다. ‘제2의 중동 붐’을 대비해서다.
“주(駐)아부다비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진작에 진출했어야 했다’고 하더군요. 다른 나라 인력송출 회사들이 아부다비에 많다는 겁니다. 이들 회사는 여러 나라의 건설업체 고위관계자들을 불러 놓고 파티도 연다는 겁니다. 당분간 아부다비에는 해외 근로자가 계속 유입될 예정입니다. 작년 말 한국이 수주한 UAE 원전(原電)공사 현장도 1만~2만명의 인력이 필요해요. 원전 건설은 다른 공사와 수준이 달라요. 원자력 발전소에 참여했던 경험이 필요하지요. 그만큼 외국인 근로자의 수준도 높아야 해요. 이런 대형 공사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한국의 기능인으로 만들어야 해요. 아쉬운 점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삽이나 망치를 안 잡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한국인 용접공이 해외 현장에서 십장, 반장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_contentA.asp?nNewsNumb=201012100021&ctcd=E&c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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